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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은 처음이라

고등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고 나면 무기력함을 느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나는 특성화 고등학교였고 아쉽게도(?) 이런 일은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그들과 원하는 것이 달랐다. 내가 원한 것은 '정규직'이었다. 아버지는 한 회사에서 30년이 넘도록 일하셨다. 장기 근속자에게만 주어지는 회사의 기념품을 받기도 했다. 나는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나 보다. 애석하게도 내게 정규직은 하늘의 별과 같았다. 결과적으로 현장실습 2회, 1년 계약직, 인턴, 편입, 국비지원 학원을 거쳐 27세에 정규직이 되었다.



이제서야 고백하자면, 나는 그토록 원하던 첫 정규직 회사에서 3개월 수습 딱지를 떼기도 전에 번아웃을 경험했다. 그리고 이 경험은 내 첫 번아웃이었다.



'번아웃'이란 단어를 알게 된 건 B회사에서 기획팀 인턴을 했을 때다. 일을 하면서 처음 들어본 업무 용어들이 많았기 때문에 나는 항상 귀를 열어 놓고있었다. 그러던 중 팀장님이 팀원분과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OO씨는 번아웃 온 적 없어요?" 나는 집에 가는 길에 번아웃을 검색 해봤다. 이런 거구나. 계약직과 인턴으로만 짧게 일해본 내게 번아웃이란 허상처럼 느껴졌고 금새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시간이 흐르고 여러 이유로 인해 장래희망이 바뀌었다. 지금의 C회사와 Front-End 개발자로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 과정에서 입사 후 기존 서비스를 Vue.js로 리팩토링하는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주셨다. C회사의 서비스를 내가 리팩토링 한다니. 오래 전 취업 준비를 하며 서류 탈락이란 글자를 많이 보던 때, 나는 C회사의 서비스를 알게 되었다. C회사의 현직자들 덕분에 첫 서류 합격을 받았다. 나는 서비스의 가치를 직접 경험 했고 그 누구보다도 잘 만들 자신이 있었다.



집에 가는 길에 합격 전화를 받았다. 과장을 조금 더하자면 설렘에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다. 2018년 4월 23일. C회사에 정규직 Front-End 개발자로 일하게 되었다. 나를 믿어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나를 선택한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난관이 있었다. Vue.js는 부랴부랴 과제를 통과하기 위해 공부했지만, 처음 써보는 기술이라 어려움 투성이었다. 업무 기한을 지키기 위해 집에서 새벽까지 일을 했다. 몇 개월간 제 시간에 잠들지 못했다. 그렇게 번아웃이 왔다. 나는 일을 잘하고 싶었지만 잘못하고 있었다.